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인권침해 논란 속 결국 사퇴, 왜?

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현정(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시향) 대표가 자신의 해임안을 논의할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29일 전격 사퇴했다.

박 대표는 세종문화회관 시향 연습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서울시향 대표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박 대표의 성희롱, 폭언 등을 언론에 공개하며 사퇴를 요구한지 27일 만이다.

박 대표는 “저 개인의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더 이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도 많았고 이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직원에 대한 폭언과 인권침해를 늦게나마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그러나 “저도 여러가지 왜곡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많이 다쳤고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 조사로 많이 힘들었다”며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힘든 마음은 일단 접고 떠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언급해 여운을 남겼다. 감사원이 시향에 대해 회계감사만 하고, 직무감찰은 서울시에 맡긴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제가 발생한 후 그동안 제가 서울시향 대표직을 계속해온 이유는 자리에 대한 미련이 결코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내용이나 형식, 절차상 문제가 있던 부분을 해명하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함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돼온 서울시향의 문제점을 제기했었다.

이달 초 서울시향 직원들의 요청으로 박 대표의 직원 성희롱, 폭언 등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온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지난 23일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서울시장에게 박 대표를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향 이사회는 오는 30일 박 대표의 해임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다.

서울시의 조사결과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거듭 반박해온 박 대표가 이사회 직전에 자진 사퇴한 것은 해임안 처리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서울시향 이사회와 박 대표간에 자진 사퇴할 경우 해임안 처리를 유보할 수 있다는 식의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