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한 해를 돌아보세요” 이용자에게 상처 주는 페이스북?

입력 2014-12-29 13:38

연말을 맞아 페이스북이 개발한 ‘당신의 한 해’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신의 한 해’는 이용자가 올해 올린 사진 중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을 추려 카드 형태로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별도의 메시지를 입력하지 않으면 사진과 함께 ‘내년에 만나요’라는 문구가 뜬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만든 알고리즘이 세상을 떠난 이의 사진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당신의 한 해’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불편한 기억을 캐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건 웹 디자인 컨설턴트 에릭 마이어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의도되지 않은 알고리즘적 잔인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마이어는 지난 6월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을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딸의 사진을 넣은 ‘당신의 한 해’ 게시물 초안이 자동으로 생성된 것으로 발견했다.

그는 “알고리즘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없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결정 흐름을 본뜨는 것이지만 일단 작동시키면 더 이상 생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스북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이 서비스를 설계했더라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리 사진을 채워서 초안을 보여 주는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의 제품 매니저인 조너선 겔러는 마이어에게 메일을 보내 직접 사과했다. 겔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좋아했지만 마이어에게는 슬픔을 가져다줬다”며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