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디스크를 앓는 70대 할아버지가 불이 난 집에 뛰어들어 40대 남성의 목숨을 구했다.
27일 인천 남동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 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집 안에 있던 A(10)군과 동생은 속옷차림으로 급히 탈출해 화를 면했지만 아버지 B(46)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A군 형제는 “우리 아빠가 빠져 나오지 못했어요”라고 외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종식(70)씨가 나타났다. A군 형제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 이씨는 B씨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곧장 연기가 가득한 반지하로 뛰어들었다. 소방대원과 경찰도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실내에 가득 찬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숨통을 막았다. 이씨는 장갑으로 코를 막고 “거기 아무도 없어요?”라고 외치며 B씨를 찾아 헤맸다. 신음 소리를 따라 연기 속을 헤집던 이씨는 마침내 B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할퀴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B씨를 데리고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이씨는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며 “가스가 터지는 것 같았는데 조그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은 반지하 주택 40㎡가량을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15분 만에 꺼졌다. 재산 피해는 710만원으로 추산됐다.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비를 10년 넘게 관리·운전했던 이씨는 목뼈에 이상이 생겨 일을 그만두고 현재 노인복지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씨는 “살만큼 살았으니 목숨을 걸고 아이들 아버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아이들이 아버지를 살렸다. 소중한 생명을 구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목 디스크 앓는 70대 노인이 불길 속 인명 구해
입력 2014-12-27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