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인터스텔라’ 등 연말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의 공통분모는 ‘부성애(父性愛)’와 ‘가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들의 애틋한 스토리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관객이 대거 몰려들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전국 극장에는 205만8448명이 몰렸다. 국내 하루 관객이 200만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이 가운데 ‘국제시장’이 54만3240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개봉 10일째인 26일 오후 현재 누적관객 300만을 돌파했다. 40대 이상 관객이 40% 정도이고, 4인 이상 관객이 15%를 넘었다. 부모들이 가족과 함께 극장을 많이 찾았다는 얘기다.
‘국제시장’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거친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다.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는 윤제균 감독의 실제 부모 이름이다. 6·25전쟁 당시 피란길에서 아버지와 동생을 잃어버리고,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건사하기 위해 서독에 광부로 갔다가 다시 베트남 전에 참가하는 덕수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국제시장’이 1950~70년대 거친 세월의 풍파를 겪은 아버지 세대의 얘기라면 ‘님아’는 그 이전 힘들고 어려웠던 삶을 살아온 할아버지 세대의 얘기다. ‘님아’는 전날 26만1016명으로 누적관객 303만9536명을 기록했다. 스물두 살과 열세 살에 만나 76년간 해로한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에 20대 관객이 감동의 불을 지펴 부모·조부모와 함께 보는 가족영화로 폭을 넓혔다.
‘님아’의 흥행 이유는 강원도 횡성 산골의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보여주는 아름답고 진정한 사랑에 있다. 어릴 적 죽도록 일만 하다 할머니를 만나 행복을 찾은 할아버지, 12명의 자식을 낳아 6명을 잃어버린 할머니의 절절한 사연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할아버지가 숨지기 전 할머니가 “아이들을 만나면 입혀주라”며 6벌의 내복을 전하는 장면이 뭉클하다.
‘아바타’와 ‘겨울왕국’에 이어 외화 중 세 번째로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인터스텔라’도 부성애를 바탕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다. 위기에 처한 지구에 딸을 혼자 남겨두고 우주로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시공간을 초월해 보여준다. 이 영화는 특히 가족 단위는 물론이고 전 연령에 걸쳐 관객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부성애’ 코드 영화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하정우 감독·주연의 ‘허삼관’(1월 15일 개봉)은 세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의 얘기를 담았다.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등에 따른 사회불안과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희생정신으로 가족을 이끄는 ‘아버지의 힘’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객이 가족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CJ CGV 관계자는 “이제 영화관이 젊은 커플들의 데이트 공간을 넘어 가족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연말 극장가 흥행 코드는 ‘부성애·가족’…‘국제시장’ ‘님아’ 등 인기몰이
입력 2014-12-26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