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26일 ‘2·8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 대표 도전이 유력하던 정 의원이 결국 사퇴하면서 이른바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구도가 양강 대결로 좁혀졌다. 경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 대표 후보를 3명으로 걸러내는 예비경선(컷오프)에 어떤 후보가 막차로 올라가 이 구도를 흔들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세균 “분열이라는 악마와 싸우겠다”=정 의원은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요구와 당원동지 여러분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2·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정치연합의 혁명과 승리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분열이라는 악마와 싸우고, 좌절이라는 유령과 맞붙고, 과거의 환상을 부수는데 앞장서겠다”며 “이번 전대가 통합과 희망, 미래를 함께 녹이는 혁명적 용광로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박지원 의원의 출마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다시 분열하고 편 가르기 하는 전대가 돼선 안 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또 특정후보 지지 여부에 대해선 “그런 계획은 없다”며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제 역할은 일단 끝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정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당의 앞날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서 내린 결단으로 이해한다”고 했고, 박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 의원께서 계획했던 당의 혁신과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정 의원을 모시고 제가 잘 하겠다 다짐한다”고 적었다. 빅3 불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됐지만 박 의원은 28일, 문 의원은 29일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굳어진 양강 구도, 다크호스 나올까=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정 의원이 사퇴하면서 문 의원이 일단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범친노·주류 후보가 단일화됐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 지지자 중 70%는 문 의원 쪽으로 가고, 호남표는 박 의원에게 갈 것”이라며 “문 의원 독주 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비노(비노무현) 진영과 호남에서 위기감이 커지면서 박 의원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일단은 문 의원이 우세하겠지만, 박 의원이 비노 진영 전체를 규합하는 구심점이 돼 오히려 예상외의 선전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 본선 출전자 3명을 걸러내는 예비경선(컷오프)도 관심사다. 일단은 문·박 양강 후보를 제외하면 ‘깜깜이’라는 평가다. 중도 성향으로는 김영환 박주선 김동철 조경태 의원이, 진보 성향으로는 이인영 의원이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를 준비 중인 상태다.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리더인 이 의원이 본선에 오르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문 의원의 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박 의원이 유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비노 진영에서 박 의원 외에 다른 후보가 결선에 올라간다면 비노 진영 표가 갈라져 문 의원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다. 빅 2를 제외한 후보간의 합종연횡 바람이 일어날 경우, 친노 대 비노 구도를 깨고 ‘다크호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 탈당과 제3정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당대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 고문 탈당을 신호탄으로 전당대회 이후 비노 진영의 탈당을 예상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정세균 전대 불출마 선언...정동영 신당행 움직임
입력 2014-12-26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