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 사이버전 형태로 확전

입력 2014-12-26 15:48

북한의 인터넷 장애가 나흘째 계속되며 장기화될 조짐이다. 영화 ‘인터뷰’를 각각 제작·배포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사이트도 다시 피해를 입었다. 공격→반격→재반격의 사이버전쟁 형태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 23일 인터넷망 ‘다운’ 이후 26일까지 수십개 사이트가 접속 불량상태를 지속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대남 선전용 ‘우리민족끼리’ 등 주요 매체 홈페이지가 간헐적인 접속과 불량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서버 소재국여부를 막론하고 ‘먹통’ 상태다.

이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19일 소니픽처스 해킹의 배후로 북한 당국을 지목한 뒤 벌어진 현상이다. 미국 사이트는 1개만 공격받은 반면, 북한은 수십개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영화 인터뷰 관련 사이트도 배포시점인 25일(현지시간) 새벽 이후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인 소니 계열사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등이 접속 장애를 겪었다. 영화가 배포된 플랫폼을 소유한 MS는 게임·영화·음악 콘텐츠 서비스인 ‘엑스박스 라이브’와 엑스박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 장애를 겪었다.

앞서 북한은 영화 개봉에 맞춰 보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 장면이 담긴 영화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지역의 단속까지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모두 ‘공개 경고장’이 나온 직후 실제 사이버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소니에 대한 1, 2차 해킹은 ‘평화의 수호자(GOP)’, ‘리저드 스쿼드(도마뱀 분대)’ 등 해커집단이 각각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북·미 인터넷사이트가 겪는 각종 장애에 대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이야말로 사이버전쟁의 전형적인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이 개입한 정황에 대해서는 “북한의 경우 사이버 공격에 활용한 인터넷 주소(IP)를 미국이 밝혀냈고, 미국은 직접 개입하지 않았어도 ‘사이버 용병’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