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코트’는 치열했지만 꽉 찬 관중석엔 흥겨움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관중석에서 두 아들을 응원했다. 적으로 만난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번갈아 슛을 꽂을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아버지는 바로 토미 스티븐슨(61)씨였다. 주한미군이었던 스티븐슨씨는 두 아들 문태종(39·창원 LG)과 문태영(36·울산 모비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3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두 아들은 2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멋진 승부를 선사했다. 형제가 프로생활을 하며 아버지 앞에서 맞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마스에 한 코트에 선 형제는 1쿼터부터 뜨겁게 맞붙었다. 먼저 동생이 솜씨를 뽐냈다. 문태영은 1쿼터 14초 형 앞에서 시위라도 하듯이 2점슛으로 첫 득점을 올렸다. 이에 질세라 문태종은 곧바로 3점슛으로 응수했다.
양 팀은 치열한 접전 끝에 45-45로 비긴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도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형제 대결도 후끈 달아올랐다. 모비스가 92-85로 앞서 있던 경기 종료 3분 45초 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문태영이 형을 앞에 두고 멋진 점프슛을 성공시킨 것. 스코어는 94-85로 바뀌었고 승부의 추는 모비스 쪽으로 기울었다. 문태영과 문태종은 4쿼터에서 각각 10점, 11점을 퍼붓는 쇼를 벌였다.
이날 문태영은 24점을 쓸어 담고 6리바운드를 잡아내 23점 4리바운드에 그친 문태종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모비스는 문태영과 양동근(25점)의 활약을 앞세워 102대 97 승리를 거두고 3연승을 질주하며 선두(23승6패)를 지켰다. 8위 LG는 2연패에 빠졌다. 모비스는 이번 시즌 한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모비스와 LG는 이번 시즌 양 팀 합산 최다 득점(199점) 기록도 만들어 냈다.
인천삼산체육관에서는 고양 오리온스가 나란히 20득점을 올린 이승현과 트로이 길렌워터의 활약에 힘입어 인천 전자랜드를 79대 74로 제압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문태종-태영 형제, 멋진 경기로 아버지에게 성탄 선물 선사
입력 2014-12-25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