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의 의미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

입력 2014-12-24 20:59 수정 2014-12-24 21:39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2) 여사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민족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제1비서가 문서 형식으로 남측에 친서를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김 제1비서의 친서는 24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 김대중평화센터 측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에 전달됐다. 지난 18일 작성된 친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께서는 생전에 여사께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민족과 통일을 위한 길에 모든 것을 다 바쳐온 데 대해 자주 회고하셨다”고 적혀 있다. 이어 “우리는 선대 수뇌부의 통일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의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친서의 ‘내용과 형식’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용 중에 중의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없는 것 같다”며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구절은 결국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동연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줄 수도 있었는데 장관급인 김 부장을 통해 전달한 것은 격식을 갖춰 진정성을 담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제1비서는 친서에서 “3년 전 국상 때 아들, 며느리들을 데리고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영전에 조의를 표시한 데 이어 삼년상에 화환과 조의문을 보내온 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고결한 의리의 표시”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어 “다음해 좋은 계절에 여사께서 꼭 평양을 방문하여 휴식도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되시기를 기대한다”며 “추운 겨울 날씨에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바란다”고 끝맺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도 “친서가 비록 당국 간의 친서교환은 아니지만 정부가 북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화답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당초 북한 영유아를 위한 겨울용 목도리와 모자 전달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정일 3주기’ 축하 사절로 곡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방북을 연기했다. 김 제1비서가 친서에서 언급한 ‘좋은 계절’도 이 여사가 방북을 재추진중인 내년 5~6월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비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도 별도의 친서를 보냈다. 역시 김 위원장 사망 3주기에 조의를 표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한 뒤 “현 회장 선생의 사업에서 언제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회장 선생이 평양을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