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중지 협박시한 25일 코앞… 정부,한수원 비상대기

입력 2014-12-24 17:44

원자력발전소 내부 자료를 자신들이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원전반대그룹(Who am I)’이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한 시한(25일)이 다가오면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비상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원전반대그룹이 자료 공개에 이용한 ‘드롭박스’ 등 파일공유 사이트에 접속장애가 발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수원 24시간 비상대기, 원전 중단 가능성 희박=한수원은 24일 서울 삼성동 본사 종합상황실에 비상 상황반을 꾸리고 24시간 비상대기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긴급대응반을 중심으로 비상태세에 돌입하고 한수원의 4개 지역본부 현장에 인력을 배치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저녁 고리본부를 방문해 현장에서 철야 비상근무한 뒤 25일에는 월성본부로 이동해 지역주민들에게 정부의 대응 현황을 설명할 계획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반대그룹의 위협처럼 실제로 원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제어망이 두 단계로 나눠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어 사이버 테러에 노출될 위험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원전 제어망까지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제어시스템의 분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고려할 때 외부에서 해킹을 통해 원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만일의 사태로 고리1, 3호기와 월성2호기의 가동이 중단돼도 전력 예비율이 충분한 만큼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3개 원전의 용량은 약 230만㎾인데 최근 예비전력이 870만㎾ 수준이어서 3개 원전의 가동이 중단돼도 전력 공급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란 원전이 2010년 ‘스턱스넷’이라는 해킹 공격을 받아 원전 가동이 정지된 사례에서 보듯 해킹에 100% 안전한 시스템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원전반대그룹은 성탄절부터 3개월간 고리1 ,3호기와 월성2호기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신이 보유한 10여만 장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했다.

◇원전 자료 공개 사이트 접속 장애, 왜?=원전반대그룹은 전날 5번째 원전 자료를 공개하면서 미국계 파일공유사이트인 페이스트빈과 드롭박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공개 직후부터 드롭박스는 아예 접속이 안 되고 있고 페이스트빈에서는 링크 일부가 삭제된 흔적이 발견됐다. 드롭박스는 한수원의 요청에 따라 국내 접속이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드롭박스 접속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시에 접속량이 폭주하면서 드롭박스 사이트가 다운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보보안업체 하우리 관계자는 “어제 5차 원전 정보 유출 이후 자료를 내려받으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장애가 생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트빈에서는 원전반대그룹이 걸어놓은 링크가 일부 삭제된 것으로 나타나 누가 삭제했는지 관심이 쏠린다. 하우리 관계자는 “원전반대그룹이 만약 해당 링크를 자진 삭제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향후 사태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