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아베 내각 전망] 우경화 가속화로 주변국 거센 반발, 국내 민심까지 싸늘

입력 2014-12-24 16:59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제97대 총리로 지명됨에 따라 제3차 아베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집단자위권 용인과 평화헌법 개정 등 ‘정상국가’를 목표로 한 기존 우경화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어서 한·일, 한·중 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총리는 12·14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후(戰後) 일본에서 3차 내각이 출범한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하고 4년간 정권을 유지할 경우 고이즈미 준이치로(5년5개월 재임) 전 총리를 제치고 역대 3위의 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에서 내각책임제가 도입된 19세기말 이래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6개월에도 못 미친다.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각료 18명 중 에토 아키노리 방위상을 제외한 17명을 유임키로 했다. 지난 9월 한 차례 개각을 한 데다 정책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에토 방위상은 지난 9월 입각 직후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져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는 최근 “정치자금 문제로 안보 법제 논의가 지체돼서는 안 된다”며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신임 방위상에 나카타니 겐 전 방위청 장관을 기용했다.

총선에서 압승한데다 여당 내에도 별다른 견제 세력이 없어 일본 정국은 당분간 아베 총리의 독주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정 주도로 제정된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후체제를 극복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신념에 따라 우경화 정책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다만 앞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노골적인 우경화로 주변국의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난징대학살 추모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일본의 과거 만행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태평양전쟁 종전 70주년을 맞는 내년 8월 15일 아베 총리가 자신의 역사인식을 담은 ‘아베 담화’를 발표할 경우, 역시 광복·항일승전 70주년을 맞는 한·중 양국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된다.

일본 국내의 민심도 싸늘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집단자위권 용인, 헌법 개정 등 우경화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인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중·참의원의 3분의 2 의석을 장악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도 국민투표가 ‘최종 관문’으로 남는 이상 아베 총리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권(2009∼2012년) 당시 입각한 여성 연예인 출신 렌호 참의원 의원이 내년 1월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렌호 의원은 트위터에 “대표 선거에 도전하겠다. 장애물이 높지만 맞서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총선에서 가이에다 반리 대표가 낙선하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