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있던 의과대학병원의 권위적인 문화가 터지고 말았다. 간호사들은 교수에게 수술 중 가슴과 손등을 찔리고 ‘돌대가리’라는 욕을 듣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참아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어떻게 감히 너희가 교수님을 공개사과하게 만드냐”는 얘길 들으며 분을 삭여야만 했다.
CBS 라디오는 24일 경남 양산 부산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일하는 A씨(50)로부터 비위를 참아왔던 간호사를 인터뷰했다. CBS에 따르면 피해 간호사인 A씨는 “교수가 ‘야, 이 쓰레기야’라는 말 이외에도 입에 담지 못할 언어적 폭력을 했다”며 “수술 도중 감정이 격해지면 주먹으로 간호사들의 가슴 위, 복부도 가격하고 다리를 사정없이 걷어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와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쓰레기라는 욕과 함께 손등을 기구로 내리쳤다”며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는 생각에 자존감도 저하되고 우울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병원은 해당 교수의 비위에 대해 쉬쉬하고만 있었다. 그는 “참다못한 간호사들이 고충건의서를 병원에 올렸다. 당시 교수님들은 ‘어떻게 감히 너희가 교수님을 공개사과하게 만드냐’며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결국 5년 전 교수에게 가슴을 맞은 간호사는 얼마 안가 사직해야 했다. 그 간호사는 폭행 당시의 충격과 자존감 저하, 우울증 등으로 잠을 못자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당 간호사는 계약직 간호사였다. 두 아이의 아빠로 웬만한 폭언과 폭행은 참고 참아야만 했다”며 흐느꼈다. 이어 “다른 병원의 의사는 술을 먹고 여자 간호사에게 대리운전까지 시켰다고 한다”며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반말로 말하고 화내고 막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여기는 지옥이다’ 의사에게 주먹으로 온 몸 맞으며 견딘 의대 간호사의 증언
입력 2014-12-24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