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배상철 교수팀, 루푸스 발병 유전자변이 3개 첫 규명

입력 2014-12-24 11:14

‘전신성 홍반성 낭창 질환’(이하 루푸스)의 발병에 직접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국내 의료진이 세계최초로 밝혀냈다.

한양대류마티스병원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팀이 루푸스 발병에 관여하는 조직적합항원(HLA) 형의 유전자변이를 이용한 ‘루푸스 예측 모델’을 개발, 루푸스를 조기 발견해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이 루푸스 예측 모델은 한국인과 같은 황인종은 물론 백인과 흑인에게도 두루 적용이 가능하다.

루푸스는 자가면역 이상에 의한 류머티즘성 질환으로, 환경 요인과 함께 다수의 유전자 변이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어떤 유전자 변이가 큰 영향을 주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에 따라 배 교수팀은 HLA 유전자 내 존재하는 루푸스 원인 유전자 변이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인 루푸스 환자 950명과 대조군 4900명의 HLA 유전자 변이를 정밀하게 비교 분석했다. 이 분석 작업에 사용된 유전자 변이엔 기존에 연구된 단일염기다형성(SNP)뿐만 아니라 HLA 유전자 8종(HLA-A, -B, -C, -DQA1, -DQB1, -DRB1, -DPA1, -DPB1)의 유전형과 아미노산 서열 변이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 결과 HLA-DRB1 유전자 내 11번과 13번, 26번 등 세 곳의 아미노산 변이가 루푸스 발병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배 교수팀은 지금까지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주는 주요 유전자 변이로 알려지던 ‘HLA-DRB1·15:01’과 ‘HLA-DRB1·03:01’은 이들 3개의 아미노산 변이로 인해 단순히 파생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도 추가로 증명했다.

배 교수팀은 또 이를 다른 아시안인이나 백이에게도 적용해본 결과 결과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세 아미노산 변이 유전자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인이나 백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배 교수는 “HLA-DR의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3개의 아미노산 변이가 밝혀짐에 따라 루푸스 발병 과정에 대한 보다 더 넓은 이해가 가능해졌고, 궁극적으로 발병 여부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연구자 창의형 융합 기반연구- 유전체 임상적용 기반기술)의 지원을 통해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3일자 최신호에 게재됐다.

<키워드>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란=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는 주로 여성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 중 하나로 정확한 발병 원인은 잘 모르나 유전적, 환경적, 호르몬적 인자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자가면역질환이면서도 류마티스관절염은 주된 공격목표가 관절인 반면, 루푸스는 우리 몸의 어느 부위 공격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 일컬어지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 중 하나이다. '루푸스'라는 명칭은 '늑대'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하는데, 피부의 모양이 마치 늑대에 물린 것처럼 붉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HLA란=HLA(human leukocyte antigen, 조직적합성항원)는 루푸스의 자가항원 인식부터 자가항체 발생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 중 하나인 최초 항원결정부위(epitope)와 결합하는 단백질로, 자가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항원표출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HLA 단백질은 T세포와 상호작용하여 선천성 면역반응과 후천성 면역반응을 동시에 유발한다. 루푸스는 자가항원에 대한 자가항체를 생산하고 그로 인해 발생된 자가항체-항원 복합체는 혈관 및 신체기관에 축적되어 신체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염증반응을 나타내는 만성 질병이다. 새롭게 발견된 3개의 HLA-DRB1 아미노산의 위치는 HLA-DR 단백질을 구성하며, 특히 항원결정부위(epitope)와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표면에 있어 자가항원에 의한 면역 반응에 해당 아미노산들이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