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영방송, IS 테러범과 테러 피해자 가족 접하는 리얼리티쇼 논란

입력 2014-12-23 20:37
이슬람 수니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해 테러를 저지른 범인과 테러 희생자의 유족이 만나는 이라크 국영방송의 리얼리티쇼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국 CBS 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망에서(In the grip of law)’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이라크 이라키야TV에서 매주 금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노란 죄수복에 수갑을 찬 테러범을 테러 현장으로 데려가 희생자 가족을 대면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테러범을 만난 희생자의 유족들은 대부분 “왜 그런 짓을 했냐, 뭐라고 말 좀 해보라”라고 하거나 “이 자를 자신이 테러를 저지른 곳에서 처형해야 한다”고 격한 분노를 터뜨린다. 방송은 이들 테러범을 종종 검문소나 시장 등 테러 현장으로 데려가 현장 검증 방식으로 범행을 재연토록 하거나 경찰의 협조를 받아 체포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여준다.

테러범들은 따로 떨어진 방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IS에 속아서 조직에 가입했다”거나 “나는 죽어도 싸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방송에서 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국영 방송이 군경의 성과를 과잉 선전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사법기관이 해야 할 처벌을 방송국이 ‘인민재판’식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라크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테러범을 여과없이 TV쇼에 공개해 망신을 줌으로써 테러 예방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시청자가 정서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방송 진행자 아흐메드 하산은 AP통신에 “우리는 이 테러범의 혐의가 사실임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를 시청자에게 제시해 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