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에 500만 달러 베팅한 피츠버그

입력 2014-12-23 17:03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27·넥센)에게 500만 달러를 베팅한 팀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피츠버그는 내년 1월 21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강정호와 독점 협상을 벌인다. 하지만 최고 응찰액을 써낸 팀이 피츠버그로 드러나자 미국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23일(한국시간) “스몰마켓인 파이어리츠에게 500만 달러는 큰돈이며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피츠버그는 주전 내야수들이 건재해 강정호를 받을 이유가 적은 팀으로 그동안 분류됐다.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버티고 있고 숀 로드리게스라는 백업 유격수까지 보유하고 있다. 2루수 닐 워커는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3루수 조시 해리슨은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따라서 강정호가 입단해도 치열한 주전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강정호에게 나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미 CBS스포츠는 “영리한 영입”이라며 “강정호의 수비 약점이 가장 드러나지 않을 팀이 바로 파이어리츠”라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원래 포지션이 유격수지만 2루수와 3루수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피츠버그에서 유격수 머서는 타격 기복이 심판 편이며 2루수 워커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을 갖고 있다. 해리슨 역시 올 시즌 깜짝 활약이 내년 시즌에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강정호가 오래지 않아 주전으로 뛸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팀에 당장 수비가 급하지 않아 강정호에게 적응할 시간을 줄 수도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평소 ‘영입 도박’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업을 뽑기 위해 500만 달러를 적어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피츠버그 총 연봉이 7811만1667달러(약 857억원)로 MLB 30개 구단 중 27위에 불과했던 만큼 강정호의 연봉 협상이 난항을 겪을 거란 전망도 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피츠버그는 창단 134년이 된 유서 깊은 구단이다. 1970년대와 90년대 초반 전성기를 보냈으며 월드시리즈에서는 5번 우승했다. 그러나 92년 이후 20년 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해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약체로 전락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로 감격적인 가을잔치를 경험한 피츠버그는 올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발목을 잡히긴 했지만 강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있다. 김병현(KIA)이 2008년 잠시 거쳤고, 박찬호(은퇴)가 2010년 활약하며 아시아 최다승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