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로커? 너는 영원한 나의 보컬”… 더크로스, 연말 콘서트 개최

입력 2014-12-23 15:57 수정 2014-12-23 16:29
'더크로스'의 프로듀서 이시하(왼쪽)와 보컬 김혁건
9년 만에 재결합한 ‘더 크로스(The Cross)’가 30~31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신개념 콘서트 ‘돈 크라이(Don’t Cry)’를 개최한다. 2012년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로커’가 된 보컬 김혁건, 그의 옆을 든든히 지키며 작곡가로 활동해온 프로듀서 이시하.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한 편의 뮤직 드라마로 펼쳐진다.


“이 사람들 진심일까? 의심부터 들었다”

지난 10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공개된 더 크로스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김혁건은 방송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예측 출발하는 차와 정면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며 “식물인간 상태로 일주일에 세 번씩 썩은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음악적 견해가 달라 갈라섰던 이시하와 재결합을 결심한 뒤 벌어진 사고였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김혁건을 노래하게 만든 건 동료이자 친구인 이시하였다. 그는 “한 글자씩이라도 녹음하자.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언젠가 노래를 발표하자”고 김혁건을 설득했다. 김혁건은 배를 눌러 발성을 돕는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힘겨운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더 크로스의 이름으로 신곡이 나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콘서트를 열거나 무대에 서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이시하는 처음 공연제의가 들어온 날을 떠올리며 “기획서를 받고 ‘이 사람들이 진심인가’하는 의심부터 들었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두 번째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한 곡 이상 부르면 위험” 김혁건 위해 탄생한 복합장르 콘서트

‘돈 크라이’는 콘서트, 연극, 다큐멘터리가 혼합된 복합장르로 꾸며진다. 더 크로스가 2003년 데뷔한 후부터 지나온 인생의 굴곡들이 그대로 담겼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과거, 사고 이후 견뎌낸 힘겨운 수술, 재활 속에서 겪은 고통과 상실감을 지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이시하는 “혁건이가 노래를 한 곡 하면 5~10분 정도는 무대 뒤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에 위협이 된다. 그 사이 배우들이 나와서 옛날 얘기를 재현하고 제가 연주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에서는 재밌는 시도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저희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음악 욕심을 포기할 순 없었다. 기획단계에서 3곡이었던 노래가 8곡으로 늘어났다. 더 크로스의 곡은 물론 대중적인 합창곡 ‘넬라 판타지아’도 선보인다. 이시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같은 ‘넬라 판타지아’의 가사가 장애인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너는 영원한 내 멜로디의 보컬”

‘돈 크라이’는 공연 제목인 동시에 더 크로스 1집 앨범의 타이틀곡 이름이다. ‘고생하며 울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웃어보자’는 뜻을 담았다.

공연에서 먼저 공개되는 더 크로스의 신곡은 다음달 5일 정식 발매된다. 하루에 한 소절, 꼬박 1년을 작업해 얻은 결과다.

이시하는 “들었을 때 일반인이 부른 것처럼 만들고 싶어 욕심을 많이 부렸다. 그러다보니 노래 한 곡 녹음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꾸준히 곡을 쓰는 그는 “내년에 한 곡 더 발매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평소에 혁건이가 ‘다치고 나서 네 아들이 된 것 같다’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마이크 앞에 있을 때는 오히려 내가 의지가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혁건이에게 ‘너는 영원한 나의 자랑스러운 보컬이다. 내 멜로디에 보컬은 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연예인은 별로 없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게 진짜 록 스피릿이다. 역경을 견뎌내고 좋은 공연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