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23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지금 해산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오전 광주 상무2동 천주교 광주대교구청 회의실에서 성탄메지시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대주교는 “민주주의 국가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상상하지 못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전체에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는 의식이 팽배해 대화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하는데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당이 해산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야당도 제 역할을 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한국 방문과 성소수자 끌어안기에 관해서는 “그 자체를 찬성했다기보다 인간에 대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본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당일 60여명의 교통 경찰관 손을 잡고 수고했다고 격려한 일화 등을 소개한 뒤 “교황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셨다. 사랑이란 옆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꾸준히 실천하셨다”고 설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성탄메시지에서 통진당 해산결정 비판
입력 2014-12-23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