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대주교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 당혹스러워”

입력 2014-12-23 14:55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23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며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한다.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야당도 제 역할을 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화 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과 성소수자 끌어안기 등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찬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본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해였다. 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다른 사건들이 터졌다”며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묻히고 잊히지 않도록 언론에서 늘 보도하고 환기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