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된 유사수신 피해자들

입력 2014-12-23 07:35
미국 유명 금 투자업체의 한국지부를 사칭해 피해자 799명으로부터 45억원을 유치한 유사수신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대표 홍모(56)씨와 홍씨의 도주를 도운 남모(61·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등은 올해 3월쯤 강남구 역삼동에 ‘GX프로텍’ 한국지사 사무실을 개설한 뒤 10월까지 피해자 799명으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45억여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미국 본사의 슈퍼컴퓨터를 통해 최적 매매시점을 잡아낼 수 있다”면서 “150만원짜리 한 계좌를 개설하면 매일 배당금을 지급해 향후 6개월 안에 216만원을 주고 54만원을 추가적립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홍씨 등은 실제로는 금 투자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 등 일부는 1년 전 다른 유사수신업체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피해자들로 자기들이 직접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해 손해를 만회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피해자들이 투자한 45억원 중 금 매입에 사용된 금액은 한 푼도 없다는 것이 경찰의 조사결과다.

홍씨 등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를 선순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로 업체를 운영했고,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피해 규모를 키웠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투자 관련 지식이 부족한 50∼60대 주부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금 45억원 중 현재 경찰이 확인한 회수 가능 금액은 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홍씨 등이 돌려막기와 개인 용도로 나머지 38억원 대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씨는 지난 10월 경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가 지난 18일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잠복수사 중이던 경찰에 검거됐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