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BMW의 개발 총괄책임자 영입… 고성능차 개발 본격화한다

입력 2014-12-22 17:13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일 BMW의 고성능차 개발 총괄책임자를 영입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자존심처럼 여겨지는 고성능차 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상징적인 인사 영입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800만대 판매 시대를 맞아 ‘추격자(Fast Follower)’ 신분에서 벗어나 ‘선도자(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현대·기아차는 22일 “최근 7년간 BMW M 연구소장(Head of Engineering for BMW M)을 담당했던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57·사진) 부사장을 영입한다”며 “비어만 부사장은 내년 4월 1일부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게 된다”고 밝혔다. 비어만 부사장은 고성능차 개발, 주행성능, 안전성능, 내구성능, 소음진동, 차량시스템 개발 등을 총괄하게 된다. 1983년 BMW그룹에 입사한 비어만 부사장은 BMW의 고성능 버전인 ‘M’ 시리즈를 비롯해 각종 모터스포츠 참가 차량들의 개발 주역으로 30여년간 고성능차를 개발해온 전문가다. 현대·기아차는 비어만 부사장이 ‘품질과 디자인은 좋아졌지만, 주행능력은 유럽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불식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어만 부사장 영입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06년 기아차 사장 시절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알려진 아우디·폭스바겐의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디자인 총괄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이후 기아차의 K시리즈와 R시리즈는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기아차의 질적 도약을 이뤄냈다는 호평을 들었다. 피터 슈라이어는 2012년 외국인 최초로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현대·기아차의 고성능 자동차 관련 기술인 ‘N’ 브랜드 개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기존 양산 차량에 엔진과 서스펜션 등을 대폭 보강하는 고성능 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부터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한 ‘i20 월드 랠리카’로 월드랠리캠피언십(WRC)에 출전하고 있으며, 지난 8월 WRC 독일 랠리에서는 한국차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WRC을 통한 기술축적, 비어만 부사장 영입으로 상징되는 기술개발 강화 등을 통해 고성능차량 기술력을 높이는 한편 양산 차종에 고성능 기술들을 접목해 판매 차량의 경쟁력 강화를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술축적을 통해 수백 마력을 넘나드는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고성능차량 기술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현대차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기술혁신과 주행성능 개량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