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곧 퇴직하지만 내 밑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계속 모뉴엘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내가 신경을 쓸 테니 퇴직 후에도 매달 500만원씩 돈을 달라.”
퇴직을 한 달 앞둔 2011년 8월 무역보험공사 이모(60) 이사는 서울 강남구의 한 일식집에서 모뉴엘 박홍석(52·구속 기소) 대표를 만났다. 모뉴엘의 해외 수출거래와 관련된 무보 업무를 총괄하던 그는 이미 ‘사례’를 받아 본 경험이 있었다. 그는 모뉴엘의 단기수출보험 총액한도를 5000만 달러에서 6800만 달러로 증액시켜줬고, 2011년 4월 대가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 대표에게 기프트카드 50만원권 10장을 받았다.
그는 박 대표에게 “내가 계속 도움을 주겠다”며 부인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를 알려줬다. 2011년 11월부터 이 전 이사의 부인 계좌에는 매달 모뉴엘 자금관리팀장이 보낸 200만원이 꽂혔다. 지급된 ‘월급’은 지난 5월까지 28회에 걸쳐 총 5600만원에 이르렀다. 모뉴엘은 ‘매달 500만원’을 요구한 이 전 이사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했다. 모뉴엘의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이 전 이사의 부인에게 매월 300만원씩을 보냈다. 2011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33회에 걸쳐 들어온 돈이 9593만1000원이었다.
모뉴엘이 파산선고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전 이사도 꼬리를 밟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로부터 금품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변호사법위반)로 이 전 이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모뉴엘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람이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모뉴엘서 뒷돈 받은 전 무역보험공사 이사 구속기소
입력 2014-12-22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