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법적, 윤리적 여건이 성립되지 않았던 1992년 11월 11일.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던 조현재(가명·72·여) 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첫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가 50세였으니 벌써 22년 전의 일이다. 삶에 대한 희망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 뇌사자 가족의 용기가 심장이식의 불모지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조씨는 지금도 그날 얻은 새 생명의 기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1월 초 선천성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던 3살짜리 강모 군이 심장이식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강군은 이 병원이 22년 전 첫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후 통산 500번째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다.
심장이식은 간, 신장 등의 생체 이식이 가능한 다른 장기와는 달리 뇌사자의 기증으로만 이식수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복싱경기 후 뇌사 상태에 빠진 고 최요삼 선수가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뒤 뇌사자 장기기증 붐이 일어난데 힘입어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연평균 30회 이상의 심장이식 수술을 시술해왔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57, 61회 시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병원의 심장이식 수술 500회는 11월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심장이식 수술실적 880회 중 약 57%에 이르는 실적이다.
그동안 생존율도 행상돼 서울아산병원은 심장이식 후 △1년 생존율 95% △5년 생존율 86% △10년 생존율 76%를 기록 중이다.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의 81%(1년), 69%(5년), 52%(10년)를 크게 앞서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심장이식 기관으로 손꼽히는 스탠포드 대학, 텍사스 심장센터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기록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수술 500회 첫 돌파
입력 2014-12-22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