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수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여대생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양악수술 후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이유는 회복 과정에서 출혈이 생겨 기도가 막히면서 질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은 복잡한 혈관과 신경이 지나갈 뿐 아니라 조그마한 상처에도 타 부위에 비해 출혈이 큰 것이 특징이다.
혈압이 떨어졌던 수술 때와는 달리 회복 과정에서 혈압이 정상 수치가 되면서 예상치 않게 출혈이 발생한다. 또 수술 시 지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복 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양악수술 특성상 코 점막이 붓는데다 수술 후에는 위, 아래턱을 고무줄 또는 철사로 묶어놓기에 출혈이 생기면 피가 기도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양악수술 시 꼼꼼하게 지혈하고 회복 시 하루 정도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 해야 한다.
◇콤플렉스 고치려다 더 심한 장애에 절망감이 가득=양악수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상악과 하악의 위치가 맞지 않아 음식물이 씹히지 않거나 신경 손상으로 감각이 마비 또는 둔해지는 것처럼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안면비대칭을 바로 잡고자 수술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안면비대칭이 생기는 일도 있다.
양악수술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수술 경험이 적거나 없음에도 병원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하는 비뚤어진 의료계 현실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는 “성형외과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영 적자가 나는 곳이 속출하면서 흔히 말하는 ‘돈이 되는 수술’인 양악수술을 시도하는 의사가 늘고 있으며 그만큼 부작용 및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외과계의 수련과정 중에는 교합(이물림)의 움직임과 관련한 교육내용이 충분하게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개원 후 어깨 너머로 양악수술을 배워 시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악수술처럼 교합을 움직이는 수술은 뼈만 건드리는 사각턱 수술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높고 수술 실패 시 환자가 겪는 피해가 더 크다.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양병은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의사의 수술 실력은 얼마나 많이 경험했는가와 비례하지만, 양악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10년 이상을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워낙 필드(부위)가 좁고 여러 가지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연예인이 시술받았다는 광고나 마케팅만을 믿고 병원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술 후 24시간이 관건, 환자 지켜보며 응급상황 대비 필수=양악수술 특성상 회복과정을 지켜보고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잇단 사망사고와 연관이 있다.
양악수술은 수술도 그렇지만 하루 정도의 회복기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 시 없던 출혈이 예상치 않게 발생해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양악수술은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술 후 한동안 고무줄 또는 철사로 상악(위턱)과 하악(아래턱)을 묶어 놓기 때문에 환자가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조헌제 앵글치과 원장은 “최소한 수술 후 24시간 동안은 옆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며 적절하게 대처해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성형외과 또는 치과의 경우 간호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인건비 문제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사례도 있다. 간호사가 상주해도 인원이 적다 보니 환자 옆에서 전담 간호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피가 기도를 막아 호흡이 불가능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아이를 출산하던 산모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또는 관련 진료과 전문의가 곧바로 처치해 대응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산부인과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렇지 못한 게 그 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도 절개를 통해 숨구멍을 확보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성형외과나 치과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의사가 의과대학 교육과정 때 배워 기도 절개가 가능하다 해도 능숙하지 않아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대형병원으로 옮겨 처치하기에는 상황이 긴박해 안심할 수 없다.
양악수술의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양악수술을 치과 치료의 관점보다는 성형수술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짙다. 양악수술 관련 부작용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양악수술 사망사고 왜 줄지 않나? 경영난에 ‘무리한 수술’ 강행 늘어
입력 2014-12-21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