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군 범죄 가운데 공무집행 중 범죄, 주한미군 사이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 사법당국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 하지만 미군이 공무 중이었다는 증명서만 써주면 사실상 재판권이 미군으로 넘어갔다. 양국은 서로 재판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어 우리 사법당국이 1차 재판권을 가지면서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 2012년 평택에서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워 물의를 빚었던 미 헌병 7명도 이런 SOFA 규정이 방패막이 돼 형사처벌을 면했다. 당시 검찰은 이들을 전원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공무 중 발생한 일이라는 미군 측 주장에 따라 법무부가 재판권 불행사를 결정하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에 반발해 그간 재판권을 포기했던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외교 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자 소송을 냈다.
지난 14년 동안 미군 측 요청으로 재판권 행사를 포기했던 사건들이 공개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민변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가 공개를 명령한 정보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SOFA에 따라 우리가 1차 재판권을 가진 미군범죄 사건 가운데 미군 측이 재판권 행사를 포기해달라고 요청한 내역, 이에 따른 우리 사법당국의 재판권 행사 여부다.
재판부는 재판권 포기 내역 등이 정보공개법 9조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OFA 규정에 따른 재판권 포기·행사 내역은 이미 마련돼 있는 제도의 운영 현황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 국가간의 외교 관계에 관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내역을 설사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SOFA에는 이 정보에 관련한 비공개 규정이 없다”며 “해당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한·미 양국 관계에 있어 우리 협상력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SOFA 규정 탓 재판권 포기한 미군범죄 공개된다
입력 2014-12-21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