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사건과 관련, 북한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지난 2008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조치를 6년 만에 재검토하는 것이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여러 가지 ‘비례적 대응’ 옵션의 하나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공식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토 결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나라와 동맹, 그리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법에 따라 외교, 정보, 군사, 경제적 측면에서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익명의 미국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건과 절차, 국내외적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작업을 거친 뒤 이를 금융제재를 비롯한 다른 대응옵션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검토 중인 다양한 대응옵션이 나에게 보고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이번 범죄의 속성에 맞춰 비례적이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옵션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으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검증 합의에 따라 지난 2008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현재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4개국이며 이중 쿠바는 미국이 국교정상화 추진에 따라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 무역, 투자, 원조, 국제신용, 금융거래에서 후속 제재가 뒤따르지만 북·미간의 교역규모가 워낙 미미한데다 북한이 이미 강도 높고 폭넓은 제재 하에 있어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소니 해킹사건에 따른 대북 보복조치로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외에 사이버 보복공격과 고강도 금융제재, 한·미 군사력 증강 등을 검토 중인 알려졌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다음 달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는 대로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과 같은 초고강도 금융제재 법안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미국, 소니 해킹 사태 대응으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본격 검토
입력 2014-12-21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