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코믹하거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때로는 유희를 즐기는 동물을 통해 인간의 우화(寓話)를 들려주는 김영미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냥 즐겁다. 아니다. 가끔은 심란하기도 하다. 작가의 숨겨놓은 내면을 엿보기도 하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작가의 자화상과 다름없다. 전업 작가로서 붓질의 일상이 반복되는 삶. 매일 같이 수레바퀴처럼 맴도는 동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이라고 해서 감정이 없을 리는 없다. 책을 읽고 연애를 하고 온갖 상상을 하면서 꿈과 낭만을 좇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의 그림에는 중견 작가의 열정과 고민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에서 전업 작가의 위상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노력이 그림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거는 기대감이 있다.
그의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 바나나 롱 갤러리에서 12월 30일까지 열린다. 소품부터 100호 내외의 크고 작은 그림들이 전시장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았다. 캔버스에 작품을 프린트해 작가의 친필 사인이 있는 에디션도 걸렸다. 노란 바나나 모양과 색채의 공간으로 다양한 전시를 여는 이 갤러리에 작가의 작품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전시가 열리는 바나나 롱 갤러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미포 방향의 달맞이 길로 올라가는 초입에 위치한다. 오륙도와 동백섬과 광안대교가 내려다보이는 갤러리 뒤쪽에는 아스라한 추억을 간직한 철로가 놓여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개발의 무력 앞에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갤러리마저 철거의 운명에 처했다.
작가가 동물 우화로 인간의 삶을 희화화하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잃어버리고 사는 꿈과 낭만, 되돌리고 싶은 추억과 아스라한 기억들. 이를 통해 질문한다. “당신은 정말 잘 살고 계신가요?”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라도 잠시 쉬어가시죠.” “저 멀리 희망은 아직 남아있으니까요.”(051-741-5106).
부산=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김영미 작가 부산해운대 바나나롱갤러리 개인전 12월30일까지 인간희화 동물그림으로 들려주는 '삶의 우화'
입력 2014-12-20 08:53 수정 2014-12-20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