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세청장 퇴임 5개월 만에 세무사 개업

입력 2014-12-19 20:31
전직 관세청장이 세무사를 개업했다. ‘관피아’ 철폐 분위기 속에 갈 곳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 세무사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사퇴한 백운찬 전 관세청장은 최근 서울 테헤란로에 세무사를 개업했다. 33년간 공직생활을 접은 지 5개월 만이다. 백 전 청장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조세지출예산과장, 2010년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 2011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을 역임했다.

요직을 거친 백 전 청장이 다른 회사로 스카웃되지 않고 사무소를 연 것은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그는 “올해부터 취업 제한이 강화돼 퇴임 후 5개월간 집에만 있었는데, 사람들도 만나고 하려고 사무실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퇴직 공직자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종전 고위공직자는 매출액 150억원 이상 법무·회계법인이나 회계법인, 매출액 50억원 이상 세무법인에 취업할 수 없었으나 민간 회사 취업 제한이 강화돼 법무·회계법인 매출액 기준이 100억원으로 낮아졌다.

금융권에도 지주회장, 은행장 선임에 관피아 배제 기류가 흐르면서 최근 인사에선 모두 은행원 출신들이 수장 자리에 앉았다.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인력풀을 지나치게 좁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직에서 벗어나 민간 금융기관에서 오래 일하면서 능력이 입증된 사람들도 관피아로 몰려 하마평에 조차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조처”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