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향후 진로...장외 투쟁 및 정치세력 존속 시도 이어갈 듯

입력 2014-12-19 16:04

통합진보당은 19일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진보정치의 꿈”을 얘기했다.

그러나 당이 공중 분해돼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당분간은 조직 조차 추스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제도 정치권 내에서는 역할이 사라진 만큼, 장외 집회 등을 열며 여론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종북 딱지’가 붙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정희 대표는 헌재 결정 뒤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저희의 손발을 묶었다. 그러나 저희 마음속에 키워 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며 “어떤 정권도 진보정치를 막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진보정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헌재 결정 이후 의원과 당원들은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당사에는 ‘근조 민주주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었다.

통진당은 당 자체가 해산된 만큼 국회에서 할 일이 완전히 없어졌다. 그동안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당해산 반대 농성을 벌이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도 열었지만 이젠 이 모든 자리를 비워야 한다. 국회 사무처가 통진당에 대한 예산지원을 즉시 중단하고 7일 이내에 통진당이 사용 중인 공간을 모두 비우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또 당명도 다시 활용할 수 없고, 기존 강령과 유사한 대체 정당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당은 해산됐지만 당원들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정치세력으로서 남기 위한 시도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만 3만여명이나 된다. 당원들은 결속력이 높기 때문에 쉽게 다른 정당으로 흩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정당 해산에 반대하며 ‘연석회의’를 꾸렸던 재야단체들과 함께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정의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도 정당 해산 결정을 비판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도 이어갈 전망이다.

휴지기를 어느 정도 가진 뒤, 강령을 일부 수정하고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새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통진당 당원 등이 유사 강령 판정을 피해가기 위해 일부 강령과 정강정책을 손질하고 기존 인사와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당을 만든다면 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은 사용할 수 없지만 ‘통합’이나 ‘진보’가 들어가는 당명은 사용가능하다.

하지만 통진당이 정당 해산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직 재건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단은 통진당이 제도 정치권에서 쫓겨나면서 통진당의 유일한 후속 대응 방식은 장외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는 ‘근조, 민주주의’라는 검은색 배너가 걸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