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만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하면서 한동안 소원했던 미국과 중남미 좌파정권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남미 핵심 무역상대국인 미국의 복귀가 그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던 중국과의 파워게임으로 비화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브라질 주요 언론은 18일(현지시간) 미국-쿠바의 관계 정상화 선언을 ‘역사적인 화해’ 등으로 표현하면서 그간 쿠바라는 외교적 단층이 가로막고 있던 미국과 중남미 간 교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 등을 인용해 미국과 중남미 좌파정권과의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며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전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한 남미 각국 정상들은 이번 관계 정상화를 일제히 환영한 바 있다. 이들의 공통된 반응은 남미 국가들이 최근 함께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 저성장의 돌파구로 이번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단 내년 1월1일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일정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중남미 지역과의 새로운 관계 구축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 더불어 내년 4월 파나마에서 열리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쿠바가 정식으로 참여하면 본격적인 화해 무드 속에 대규모 경제 투자나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빙무드의 여파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중남미 지역에 대한 금융지원과 공동사업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오는 22일 착공에 들어가는 500억달러(55조1000억원) 규모의 니카라과 운하 건설이나 멕시코 고속철 사업 수주 등이 그 예다. 중남미 전문가들은 남미를 휩쓴 좌파 정권의 득세와 오바마 정부 집권 이후 미주 대륙에서 고립돼 왔던 미국의 노선 변경을 계기로 미·중 양국의 남미 내 파트너십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중남미 좌파정권도 관계개선 이뤄질까… 美-쿠바 정상화로 기대
입력 2014-12-19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