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가슴통증을 호소하여 심전도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는 40대 남성,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죽을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는 50대 여성….
다양한 공항장애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40, 50대 중장년층 환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한 공황장애 증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방송에서 털어놔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개그맨 김구라도 40대 중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의 도움말로 공황장애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하는지 알아본다.
공황장애란 “죽음이 임박할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현기증,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저림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불안장애”로 정의된다.
인체는 불안을 인지하면 위험요인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고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호랑이를 만나면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수가 빨라지면서 최대의 에너지를 내기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되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정말 위험할 때에만 우리 몸에 사이렌이 울려 교감신경계가 흥분되어야 하는데, 이 경보가 고장이 나 위험한 순간이 아닌 아무 때나 사이렌이 울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질환이다.
공황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인 증상들은 모두 교감신경의 흥분 반응으로 나타난다. 우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혈액순환이 중요한 생명과 직결된 부분으로 집중되어야 하므로 순간적으로 팔다리 등 말초기관에는 혈액공급이 줄어들어 어깨나 뒷목이 뻣뻣해지고 팔다리가 차가운 느낌이 들거나 저리거나 감각이 이상해지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심장과 폐의 기능은 과도하게 활성화 되어 과호흡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즉, 적당한 주기로 심장박동과 폐가 움직여야 적절한 산소공급과 배출이 가능한데 이것이 너무 빨리 수축이완을 하다 보니 오히려 호흡이 더 힘들어져서 숨 쉬기가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위험까지 느끼게 된다.
또 위나 대소장 등에는 혈액공급이 줄어들면서 속이 거북하거나 미식거리며 토하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피부 전도 반응도 강해져 손바닥에서 땀이 순간 빠르게 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공황장애 증상은 이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교감신경이 지배하는 모든 영역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공황장애 환자는 이런 증상이 교과서적으로 골고루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공황장애 환자는 이런 증상들 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황장애에 걸리면 이런 신체 이상 증상 외에 사고 및 행동 이상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사고 증상은 공황 발작 시에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미치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재앙화 사고와 과도한 불안을 일컫는다.
이런 이상 사고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행동 이상 증상이다. 행동증상이란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사고로 평상시 생활패턴에 변화가 오는 것을 말한다.
지하철 차량, 터널 등 공황발작이 일어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과 장소를 피하는 광장공포증이 생길 수도 있고 불안을 줄이기 위해 술을 끊고 커피를 안 마시는 등의 미묘한 회피 행동들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공황 발작이 없을 때에도 ‘언제 공황발작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이 생길 수 있다.
가장 공황장애에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인지 행동치료를 실시하는 것이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가 주로 쓰이는데 항우울제는 렉사프로(lexapro), 팍실(paxil), 프로작(prozac) 등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가 주로 쓰이고, 항불안제는 자낙스(xanax), 리보트릴(rivotril) 등의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이 주로 쓰인다. 인지행동 치료는 사소한 신체감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확대해석하여 파국적 사고로 발전시키는 공황장애의 인지왜곡을 교정하는 치료이며 이외에도 호흡 재훈련법과 근육 이완 훈련, 노출요법(상상노출, 가상현실을 통한 노출, 실제 노출방법) 등이 있다.
공황장애의 예방 및 관리요령으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황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에서 나타나는 신체증상들은 교감신경이 과활성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몸의 반응이며, 이러한 증상들로 죽거나 건강상의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아는 것이 공황 발작 동안의 공포를 줄여줄 수 있다.
또한 호흡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호흡은 가슴 답답함이나 가슴통증,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공황증상이 있을 때에는 천천히 깊이 숨을 쉬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평상시에 호흡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이완연습도 필요하다. 요가나 명상, 점진적 근육이완과 같은 활동들을 꾸준히 하게 되면 몸의 이완 반응을 강화할 수 있는데, 이것은 공황증상이 올 때의 교감신경이 자극되는 신체반응을 상쇄할 수 있는 반대의 반응이다.
공황발작이 있을 때에는 호흡을 천천히 깊게 하고 신체를 이완시키면 공황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술, 담배와 같은 교감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을 멀리하고 중추신경흥분제를 포함한 다이어트 약물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는 증상을 실제로 겪을 때에는 무척 괴롭지만 다행히 치료에 반응이 좋은 질환이다. 공황장애는 6-8개월간 꾸준하게 치료를 받으면 80% 이상에서 완치 또는 약한 증상만이 남아있을 정도로 호전이 되는 ‘착한’ 질환이다.
이 교수는 “반복되는 공황증상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언제든지 주저 말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해 보는 것이 공황장애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다 호소 공황장애 중장년층 사이에 퍼져
입력 2014-12-19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