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윤회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 내부 문건을 빼돌려 감춘 행위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은닉죄를 적용했다. 여기에 무고죄를 추가했다. 박 경정이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한 ‘문건 유출경위서’마저 날조됐다는 것이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경정 계급의 경찰공무원이 허위 문건을 만들어 보고하고 전파하면서 불거졌던 ‘스캔들’로 마무리되고 있다.
◇문건 유출경위서도 조작…무고죄 추가=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BH(청와대) 문서도난 후 세계일보 유출 관련 동향’ 보고서가 조작된 것으로 결론냈다. 박 경정은 세계일보가 지난 4월 청와대 문건 일부를 보도한 이후 자신이 유출자로 의심받자 이 경위서를 만들었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문건을 몰래 복사해 대검 수사관 등을 거쳐 세계일보 조모 기자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이었다. 박 경정은 5명을 유출 가담자로 거론하며 처벌도 요청했다. 경위서는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오모 전 행정관을 거쳐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까지 보고됐다.
검찰은 박 경정 자신이 최초 유출자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가공의 유출 경로를 만들어낸 것으로 파악했다. 박 경정이 ‘대면접촉’한 결과라고 적시한 내용 역시 허구로 조사됐다.
◇스쿠터 타던 중년남자를 ‘미행자’로=검찰은 박 경정이 박지만(56) EG 회장에게 전달한 ‘미행 보고서’ 속 등장인물 3명을 지난 17일 불러 조사했다. 박 경정은 보고서에서 경기도 남양주의 유명카페 사장 아들 A(49)씨를 ‘미행자’, 전직 경찰관 B씨와 카페 사장을 ‘미행설 유통자’로 지목했다.
박 경정은 허위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있을 때 팀장이었던 B씨에게 한차례 전화를 걸어 “A씨가 오토바이를 타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B씨 대답은 “요즘은 타지 않는다”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박 경정은 보고서에 A씨를 ‘오토바이를 탄 미행자’로 적었다. ‘경찰관에게 정보를 입수했으며 그의 소개로 미행자를 직접 면담했다’는 내용도 넣었다. A씨는 검찰에서 “박관천도, 정윤회도 모른다. 20년 전에 오토바이를 탔고, 5년 전에 1년 정도 스쿠터를 몰았던 게 전부”라고 진술했다. 검찰 수사에서 최씨 아들은 당시 미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면서 수사팀도 황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왜 무모한 일을 벌였을까=박 경정은 자신이 한 일을 ‘사명감’ ‘업무의 일환’ 등으로 항변해 왔다. 하지만 경찰공무원으로서 가공의 미행설까지 만들어 대통령의 동생과 가신(家臣) 그룹을 갈라서게 하려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은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있어 ‘정윤회 문건’(지난 1월 6일)이나 ‘미행 보고서’(3월 말)가 작성된 시점에 주목한다. 박 경정의 상관이었던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경정을 ‘내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이빨’로 표현할 정도로 신뢰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4월 청와대로 파견됐다가 10개월 만인 지난 2월 경찰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의 복귀를 막아보려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장 자리로 보내 외곽지원을 받으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두 문건은 박 경정의 발령 직전과 이후에 작성됐다. 박 경정이 본인 뜻대로 인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행동’에 들어갔을 수 있다. 이후에는 인사에 대한 불만과 후일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일을 벌였을 수도 있다. 박 경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겪었다. 정윤회가 문고리를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두 문건 역시 정씨와 3인방을 겨냥한 내용이다.
박 경정의 ‘배후’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의심한다. 박 경정도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 인터뷰에서 “조 전 비서관이 민감한 일을 다 시켰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은 물론 미행설 관련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
박관천 영장-그는 왜 무모한 일을 벌였을까
입력 2014-12-18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