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 선고기일을 하루 앞둔 18일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총력 투쟁에 들어갔다. 당의 존폐가 걸린 긴박한 사안인 만큼 헌재의 움직임에 대해 “종북몰이와 백색테러”라고 반발하면서 장내·외 동반 투쟁에 돌입했다. 당원들은 19일 오전 헌재 앞에 집결할 예정으로 예상치 못한 폭력사태 등이 우려된다.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저지 민주수호 투쟁본부’로 전환했고, 김미희 김재연 이상규 의원 등은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중남미 출장을 떠났던 오병윤 원내대표도 급히 귀국했다.
의원단은 농성돌입 기자회견문을 통해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사건으로 인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헌재가 서두르는 것”이라며 “헌재는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헌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번 해산시도는 21세기에 부활한 유신독재정권의 겁박”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진보당이 살면 박근혜 정권은 죽는 것이고, 진보당을 죽이면 이 땅 모든 양심세력의 저항이 살아 올라온다”면서 “어떤 경우가 되든 박근혜정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에는 당 지도부가 헌재 앞에서 긴급 연석회의를 열었고, 당원들은 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통진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은 헌재 앞에서 강제해산 반대 대학생 시국 선언을 했다.
전국 시·도당에서는 전날부터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이정희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지 말아야한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끝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통진당은 진보단체 및 야권 인사들, 노동자 및 농민단체들과 연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4000만 유권자가 정할 일을 9명의 재판관이 대신할 수 없다”며 해산에 반대했다. 정동영 상임고문 등 새정치민주연합 일부도 해산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정당 해산 심판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헌재 결정과 이에 따른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헌재가 해산 결정을 내릴 경우 폭풍 전 고요를 유지하고 있는 정국은 급류에 휩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진당 의원 및 당원들도 현재까지는 농성과 촛불시위 등 평화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극단적인 돌발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통진당 소속 김선동 전 의원은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본회의장 안에서 최류탄을 터뜨렸었다. 당원들 입장에서는 한·미 FTA 강행처리 보다 정당 해산을 더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긴박한 통진당, 총력투쟁 돌입
입력 2014-12-18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