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혁신위 혁신과제 발표… 군복무자 대학 학점인정 도입 등 실효성 논란

입력 2014-12-18 17:09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군 복무자 전원에게 대학 학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여성 평등권 침해는 물론 고졸 병사 역차별 논란까지 예상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18일 대학학점 인정제도와 현역 복무를 마친 병사가 취업할 때 ‘군 가산점’ 제도 도입 등 병영문화혁신위가 권고한 22개 병영혁신개선과제를 공개했다. 또 개선 과제 상당수가 대형 사고 후 항상 제시되는 도돌이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기존 ‘병영 악습’을 철폐하기에는 약효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학점·복무보상점 부여, 과거로의 회귀(?)=병영문화혁신위가 제안한 군 복무기간 대학학점 인정제도는 군사적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 군 복무자 전원에게 9학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원격강의를 수강하면 6~9학점을 부여하고 군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경우에 2~3학점을 추가로 인정해줘 대학 한 학기 수강학점인 최대 18학점까지 취득할 수 있다.

혁신위는 각종 봉사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회적 추세를 고려해 군에서 받은 군사교육과 경험을 대학학점으로 인정해 학업단절의 우려 해소 및 군 복무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8학점이 모두 인정되면 사실상 복무기간이 6개월 정도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또 성실복무자에게는 취업시 2%이내에 복무보상점을 부여하되 개인별로 5회로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복무기간에 중징계를 받은 병사들은 부여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대학 학점 부여는 대학생이 아닌 고졸 복무자들이나 여대생들에게는 혜택이 없어 형평성에 위배된다. 또 대학 교육과 군 경험이 동일한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대학으로서는 1학기분의 등록금이 줄어들게 돼 재정적인 손실을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런 탓에 대학들의 반발에 예상돼 실행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군사 교육을 학점시하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복무보상점 부여도 여성과 군 입대가 힘든 장애인에 대한 역차별로 논란이 돼온 군 가산점제의 부활인 셈이어서 현실화되기 힘든 사안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15년째 겉도는 병영문화개선...군 사법체계 개선도 미흡=혁신위는 학업 및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대병사의 희망과 특성을 고려해 특기를 부여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현재는 군에서 일괄적으로 특기를 부여한다. 국방부는 이를 수용해 기능사, 약사 등 전문능력보유자는 입대시 본인 희망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공병과 의무, 군악 분야에 우선 배치키로 했다.

혁신위는 특기를 선택해 복무할 수 있는 모집병 제도도 늘려 현재 전 인원의 43%에서 2015년에는 50%로 늘리는 등 2020년까지 60%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방만 운용의 표상인 군 사법체계는 거의 손대지 못했다. 군사법원에서 선고된 형량을 지휘관이 감경해주는 관할관 제도는 국회의 강력한 폐지 권고에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만 감경범위만 제한했다. 또 민간인이 주축이 돼 군 사법체계를 감시하는 ‘군 사법 모니터단’ 제도 도입도 장기과제로 미뤄졌다. 군 인권 문제를 감시할 옴부즈만 제도는 일단 검토키로 했지만 국방부의 저항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공동위원장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혁신위 권고안 가운데 군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안은 세부추진안을 마련해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병영문화혁신안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군은 2000년대부터 병영문화개선작업을 해왔지만 여전히 사건·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군은 2000년 2월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을 내놨고 2005년 10월에는 ‘가고 싶은 군대, 보내고 싶은 군대’를 구현한다며 ‘선진 병영 문화 비전’을 발표했다. 거창한 개혁안들이었지만 결국은 흐지부지됐다. ‘병영문화를 개선하라’는 여론의 뭇매만 피하고 보자는 임시방편이 대부분이었고 또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없어서다.

군사문제 전문가들은 “군 수뇌부의 집요한 개혁의지 없이는 병영문화가 개선되기 힘들다”며 “군내 저항에 끈질지게 맞서는 확고한 자세로 개선해나가지 않으며 제2의 윤일병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