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인적쇄신이 최우선-사람,인식 바뀌어야

입력 2014-12-18 16:59

박근혜정부의 집권 3년차를 맞는 내년은 커다란 분기점이다. 5년 임기 전체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첫해엔 다소간의 시행착오도 용납되지만, 집권 3년차는 정부의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줘야 할 때다. 집권 전반기를 지나 후반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국정운영의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은 어느 정부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까지 불통과 의혹을 오히려 부채질해왔던 청와대 내부의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 고비마다 오히려 발목 잡는 청와대=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박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선언 등 해외순방 성과는 물론 국정 표류 장기화의 주원인이었던 세월호 관련법안 등이 대부분 해결된 만큼 국정 운영에 힘을 제대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례적인 즉석 기내 간담회를 통해 국정 구상을 밝힌 것도 이런 측면이 컸다.

하지만 메가톤급 의혹과 파문이 청와대 발(發)로 터지고 확산되면서 박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다시 한번 어렵게 됐다. 공무원연금개혁 처리 등 올 하반기 최대 개혁이슈로 부각됐던 국정현안들이 줄줄이 수면 위로 가라앉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거쳐 6월 대대적인 개각 국면을 맞았을 때 두 차례나 총리 후보자 사퇴를 불러온 것도 따지고 보면 부실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었다. 결국 국정의 중대 고비를 맞을 때마다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주체는 다름 아닌 청와대가 돼버린 것이다.

◇책임회피·수동적인 참모들, 분위기가 문제=이번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사전·사후 대응은 총체적 부실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해왔던 공직기강 확립은 청와대 내부에서부터 무너졌고, 이후 제대로 된 대처 역시 없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고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했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여기에는 그동안 대통령을 바라보기만 하고, 소극적 대처에만 급급한 참모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수동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마인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 전반에 대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청와대 내부 평가를 받던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이번 파문에선 무기력함을 그대로 노정했다. 이번 사태 조기 수습 기회가 수차례 있었는데도 번번이 놓친 것이다. 특히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10명 중 현안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직접 고언(苦言)할 수 있는 인사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적 쇄신은 물론 기본적 인식 변화 불가피=결국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수치를 기록하고 정부에 대한 냉소마저 팽배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상 여론에 떠밀려서 하는 듯한 인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반된 견해도 있다. 그러나 침체된 국정에 새로운 추동력을 부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청와대를 일신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특히 그동안 각종 갈등과 잡음의 중심에 서왔던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중 일부는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당위론도 나온다. 1급 비서관이 차관급의 수석비서관들을 제치고 청와대 ‘핵심실세’로 여겨지는 상황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라도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다. 획기적인 ‘출구전략’과 돌파구 없이는 청와대 내부의 또다른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에 새로운 힘을 부여할 수 있는 기폭제는 필요하다”면서도 대대적인 청와대 개편 등 인적 쇄신 가능성에는 말을 아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박 대통령 의원 시절부터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을 해왔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그 부분이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19일 대선 승리 2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번 파문 탓인지 올해는 별다른 축하이벤트는 예정된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여성기업인 초청 오찬 등 평상시 일정만 소화할 예정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