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당국 “북한이 소니 해킹” 결론… 내일 수사결과 발표

입력 2014-12-18 17:23
AFPBBNews=News1

미국 정보당국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소니)에 대한 해킹 공격을 사실상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는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이 영화의 개봉을 결국 포기했다. 해커들의 공격에 기밀정보를 대량 유출당한 데 이어 테러 위협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북한 연루’ 수사 결과 이르면 18일 발표=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이뤄진 소니 해킹 공격에 북한이 “중점 연루”돼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이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반응 수위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북한에 직접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번 해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는 이르면 18일 발표될 전망이다. 북한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며 그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대응 강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킹 문제로 북한과 직접 대립하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미국과의 논쟁·갈등구조를 제공할 뿐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NYT는 일본의 대기업인 소니를 사이에 두고 북한을 공공연히 비난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부담스러워 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북한이 벌이고 있는 납북 일본인들에 대한 협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9·11을 기억하라” 협박에 결국 개봉 취소=소니는 이날 “극장 업체 대다수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해 25일로 예정된 극장 개봉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스스로 ‘GOP’(평화의 수호자)라고 주장하는 해커들이 소니를 공격해 할리우드 유명인사와 전·현직 임직원들의 신상 정보, 미개봉 영화 등의 기밀을 유출한 데 이어 추가테러 협박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조만간 전 세계가 소니 영화사가 제작한 끔찍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라”고 미국 내 대형 극장 체인들을 협박해왔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이 신종 사이버 무기인 ‘스턱스넷(Stuxnet)’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스턱스넷은 공항, 철도 등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특수제작된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를 말한다. 지난 2011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의 핵심인 원심분리기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루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주최의 기자간담회에서 “스턱스넷은 물리적 파괴로까지 이어지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사이버 공격기술로 미국 이스라엘 등 소수의 국가만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개발하는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소니를 해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지난해 한국의 방송, 금융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의 유사성을 놓고 볼 때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