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현보혜(60·여) 간호사는 지난 10월 31일 새벽 5시쯤 잠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선생님, 엊그제처럼 몸이 이상해요”라는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간호사가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박모(72·서울 사당동)씨였다. 현 간호사는 당뇨가 심한 박씨가 당 수치가 떨어져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남편을 깨워 승용차를 타고 박씨의 집으로 달려갔다. 역시 박씨는 방에 쓰러져 의식이 혼미해져 가고 있었고 옷과 이불은 대소변으로 더럽혀진 상태였다. 현 간호사는 응급조치를 하고 박씨를 씻긴 후 구급차가 도착하자 박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 간호사는 이틀 전인 10월 29일에도 박씨를 도왔다.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 여러 병을 앓고 있지만 피붙이 하나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아가고 있는 박씨가 걱정이 돼 퇴근 후 집으로 찾아갔다가 심각한 저혈당 증세를 보이며 고통을 호소하는 박씨를 발견했다. 현 간호사는 응급조치로 꿀물을 마시게 한 후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까지 동행해 보호자 역할을 했고 새벽 1시쯤 치료가 끝나자 택시로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현 간호사는 이전에도 출퇴근길에 가끔씩 들러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죽을 끓여 주는 등 박씨에게 마음을 쏟았다. 현 간호사는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혼자 살고 계셔서 제게 많이 의지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간호사의 사연은 최근 동작구가 실시한 방문건강관리사업 서비스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박씨가 “현 간호사의 선행을 알려 달라”로 신신당부면서 알려졌다.
현 간호사는 2009년 말부터 방문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1976년 종합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했으나 81년 결혼과 함께 퇴직했다가 34년 만에 의료 일선으로 돌아왔다. 2009년 은평구 치매지원센터를 거쳐 영등포구에서 방문간호사로 2년 가까이 근무했고 2011년 11월부터 동작구로 자리를 옮겼다.
현 간호사는 사당 1·4동에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의료 취약계층 500여명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평균 8명을 방문해 혈압·혈당 검사를 하고 운동·식이요법 등을 알려주는 등 건강을 관리해주고 있다. 동작구에는 방문간호사가 1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다들 1인당 400~500명을 맡고 있다.
현 간호사는 “다른 간호사들도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만 부각되는 거 같아 부담스럽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방문간호사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언제든 전화오면 달려가야죠” 홀몸노인 버팀목 된 ‘천사’ 현보혜 방문간호사
입력 2014-12-18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