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아침이 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 시드니 카페에 억류됐다가 탈출한 인질들이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던 악몽 같은 순간의 기억들을 생생히 털어놓았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SMH)는 18일(현지시간) 인질극이 발생한 초콜릿 카페에 억류됐던 조엘 헤랏(21)과 존 오브라이언(82) 등이 증언한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16일 새벽 경찰이 진입하기 직전 탈출했던 조엘 헤랏(21)은 “16일 새벽이 되자 인질범은 남아있던 인질들을 몇 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모여 있게 하기 시작했다”고 가족들에게 털어놓았다. 헤랏은 그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다른 인질들과 함께 카페 문을 박차고 탈출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헤랏 일행의 탈출은 인질범을 극도로 자극해 인질범이 처음으로 총을 발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알려진 바와 달리 인질범 만 하론 모니스는 경찰의 진압작전 직전까지도 전혀 졸거나 피곤해하지 않고 온전히 깨어 있는 상태였다고 인질들은 증언했다. 흥분한 모니스가 총을 발사했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무장경찰이 수류탄을 던지고 섬광탄을 쏘며 카페에 진입하면서 상황은 5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인질 중 최고령자였던 존 오브라이언(82)도 “인질극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질범이 제정신이 아니란 판단이 들었고 그대로 있다간 모두 죽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인질극이 시작된 지 7시간 만에 최초로 카페를 탈출한 3명의 인질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인질범이 자신에게 손을 들고 창가에 서 있으라고 요구했지만 자신은 너무 고령이어서 힘이 들어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어 15일 오후 4시쯤 카페 출입문 중 하나에 초록색 버튼이 켜진 것을 보고 다른 인질 2명과 함께 탈출을 감행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탈출 성공한 호주 인질들 “그 순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입력 2014-12-18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