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역 중인 천수이볜 천 총통, 국민당 마잉주 총통에게 선처 호소 편지

입력 2014-12-18 17:45
비리 사건으로 복역 중인 대만 천수이볜 전 총통이 마잉주 현 총통에게 “나는 죄인”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BBC 중문망이 대만 언론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은 최근 대만 총통부에 보낸 편지에서 “나는 죄인이자 폐인이다. 석방을 부탁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썼다. 특히 스스로를 동생(弟)이라고 칭한 천 전 총통은 마 총통에게 최근 지방 선거 참패로 총통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안 될 말”이라며 “힘을 내라”고 응원했다. 편지의 마지막은 “동생 천수이볜 드림”이다.

대만 총통부는 천 전 총통의 서한을 지난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편지 내용은 함구했다. 대만 언론은 “천 전 총통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며 “병 보석이 당국에 거부당하자 마지막으로 마 총통에게 호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천 전 총통의 아들 천즈중은 페이스북을 통해 “석방을 호소한 건 아니다”면서 “마 전 총통이 사퇴하지 말라는 당부를 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천 전 총통은 재임기간(2000∼2008년)에 6억 대만달러(약 210억원) 이상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18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2008년부터 복역 중이다. 민진당 출신의 천 전 총통 측은 그동안 국민당의 마 총통이 집권한 뒤 정치적 탄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었다.

천 전 총통은 최근 우울증과 뇌 수축 증세 등으로 외부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며 당국에 가석방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6월에도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하지만 최근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참패하면서 민심 수습 차원에서 천 전 총통의 가석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