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교도소에 2009년부터 수감돼 있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65·사진)의 석방 뒤에는 아내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그로스는 지난 8월 “건강 상태가 너무 나빠 더 이상 연명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가족에게 미리 ‘사별’을 고하기도 했지만 아내의 끈질긴 석방운동으로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내 주디는 남편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기 전인 2010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남편이 한 일이 쿠바에 공격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나와 남편은 이를 진심으로 반성한다”면서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로스의 석방은 쉽지 않았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011년 쿠바를 방문했을 때 그로스를 데려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그로스는 급격한 체중 감소, 우울증,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렸고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월 폐암으로 투병하던 노모가 숨진 뒤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게 되자 그로스는 충격을 받고 자포자기 상태가 됐다.
하지만 주디는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나섰다. 그녀는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한 죄로 남편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면서 석방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5년간의 싸움 끝에 남편은 살아서 자유를 되찾았다.
쿠바가 그로스를 석방하면서 미국도 안토니오 게레로, 라몬 라바니노, 헤라르도 에르난데스 등 3명의 쿠바 정보요원들을 풀어줬다. 이들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첩보 활동과 미 여객기 공격 등을 포함한 이른바 ‘와스프 네트워크(Wasp Network)’ 작전을 수행하다가 1998년 체포돼 종신형 등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美-쿠바 관계 정상화] 풀려난 미국인 앨런 그로스 뒤엔 아내의 끈질긴 노력 있었다
입력 2014-12-18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