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정상화에는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의 역할이 아주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양국 관계 정상화 협상 개시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교황이 양국 지도자들에게 개인적으로 호소했던 것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황이 올 여름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바티칸 관계자를 인용해 이 편지가 앨런 그로스 등 수감자 문제를 비롯해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는 첫 남미 출신 교황이다.
바티칸도 성명을 내고 교황이 중재 역할을 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성명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미국과 쿠바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미묘한 양국 현안의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를 주선했다. 이 만남이 그로스 석방의 물꼬를 터 양국 관계 정상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바티칸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캐나다였다. NYT는 캐나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봄부터 캐나다 오타와, 토론토 등지에서 미국과 쿠바 협상 대표들 간에 최소 7번의 회동이 있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캐나다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우리는 그저 대화 장소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캐나다의 역할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美-쿠바 관계 정상화] 남미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정적 역할했다…캐나다도 회동 장소 제공
입력 2014-12-18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