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야구 선수들의 목숨을 건 ‘야구 망명’이 앞으로 없어지게 됐다.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야구 강국 쿠바 선수들이 합법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쿠바 선수들은 지난 53년간 미국과의 외교 단절 탓에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에 갈 수 없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선수들은 명예와 돈을 위해 망명을 택하기 시작했다.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숙소를 탈출하거나 쿠바에서 직접 보트를 이용해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 등으로 건너가는 모험을 감수했다.
지난 20여 년간 무려 200명 가까운 쿠바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최근 눈에 띄는 선수만 봐도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 레즈),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말린스), 레오니스 마틴(텍사스 레인저스) 등 20여명이나 된다.
망명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쿠바 선수들의 탈출이 범죄 조직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푸이그는 마약조직에게 살해 협박을 받은 것은 물론 연봉의 일부를 주기로 한 사실이 지난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마틴 역시 탈출 때 가족들이 인질로 잡히고 연봉과 보너스의 30%를 내놓는 계약을 강요당한 바 있다.
미국과 쿠바 간의 완전한 국교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시적인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양국간 대화가 진척돼 인적 교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쿠바 선수들의 미국행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쿠바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구단 계약 과정도 달라진다. 현재는 선수들이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에 망명해 새로운 신분을 얻은 뒤 구단 스카우트들 앞에서 공개 테스트를 받고 계약하는 자유계약선수(FA)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쿠바 야구협회 간의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규정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수 선수들의 미국 유출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던 쿠바는 선수를 팔면서 이적료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외국인 야구 선수 수요가 많은 곳에서도 쿠바 선수들은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 외에 선수들의 망명이 빈번했던 배구, 복싱 등에서도 실력 있는 쿠바 선수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로 나가 기량을 뽐낼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美와 국교 정상화되면… 쿠바 선수들 합법적 MLB행 봇물 이룰 듯
입력 2014-12-18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