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표적인 적성국이었던 쿠바와 관계정상화에 나서면서 대(對) 북한 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그동안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수십 년간 미국의 국익을 증진해나가는 데 실패해온 낡은 (대 쿠바) 접근방식을 끝내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수개월 내에 쿠바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할 방침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또 다른 적성국인 이란과 핵 프로그램 개발 중단을 위한 포괄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중대한 관문이 남았다는 평가가 우세한 핵 협상이 타결돼 미국이 이란과도 국교를 정상화할 지는 단언할 수 없다. 어떻든 이 두 사례는 미국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사에서 강조한 ‘적과의 대화(engagement with adversaries)’ 원칙을 여러 우여곡절 속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적’으로 거론한 3개국 중 미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없는 것은 북한뿐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미국인 억류자 3명을 풀어준 것을 계기로 양국 사이에는 해빙 기류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방북 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워싱턴 내에서는 북·미 직접 대화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 쿠바) 고립정책은 실패했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바와 국교정상화에 나섰다고 해서 미국이 곧바로 북한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2008년 취임 이후 자영업 허용, 경제개발 특구 개발, 국민들의 여행 자유화 등 개혁·개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면서 “이러한 카스트로 의장의 실용주의 노선이 미국의 전향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오랜 동맹인 중국 지도부조차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가 내민 화해의 손을 거세게 뿌리치고 오히려 ‘뺨’까지 때린 ‘전력’이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뿐 아니라 2012년에는 미국의 영양(식량) 지원을 대가로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중단키로 한 ‘2·29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뉴스분석] 美, 이란·쿠바와 잇단 ‘적과의 대화’… 북한에도 손 내미나
입력 2014-12-18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