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앙헬 디 마리아(26). 이적료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액인 5970만 파운드(약 1027억원)였다. 숯을 나르던 아르헨티나 꼬마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어린시절 가난을 이겨낸 그가 마침내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해외파 선수로 우뚝 섰다.
디 마리아는 18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올림피아 어워드’에서 아르헨티나를 빛낸 올해의 해외파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림피아 데 플라타’의 주인공으로 뽑혔다. 아르헨티나 ‘올해의 해외파 선수’는 2007∼2013년까지 메시가 7년 연속 수상했지만 디 마리아가 올해 메시의 아성을 허물었다.
디 마리아의 축구 여정은 네 살 때 시작됐다. 네 살배기 디 마리아는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오죽했으면 걱정이 된 어머니 다이아나는 그를 병원에 데려갔을까. 의사는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으로 발산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디 마리아는 지역 유소년팀 ‘엘토리토’에 입단했다.
그의 가족은 가난했다. 부모는 라 페르드리엘이라는 마을에서 작은 숯 가게를 했다. 열 살 때부터 심부름을 했다. 아르헨티나식 바비큐 ‘아사도’를 파는 식당으로 숯을 배달하기도 했다.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허술하게 지은 가게에서 지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죠. 철판 한 겹으로 만든 지붕 탓에 겨울에서 너무 추웠습니다.” 디 마리아는 처음으로 목돈을 쥐자 가장 먼저 부모가 숯 가게를 정리하도록 도왔다.
디 마리아는 윙어가 되기 위해 태어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단순히 윙어에 그치지 않는다. 좌우, 중앙 모두 뛸 수 있다. 그의 발끝에 따라 경기의 고저장단이 바뀐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문지 ‘엘 그라피코’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자리에서 뛰는 게 개인적으로도 좋다”며 “왼쪽에서 뛰든 오른쪽에서 뛰든 팀에 도움을 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만능 플레이어인 디 마리아는 지난 5월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뛰면서 팀의 10번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도 참가해 아르헨티나의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독일과의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결승전에서 1대 0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후 기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만약 디 마리아가 결승전에 출장했더라도 독일이 우승할 수 있었을까요?” 뢰브 감독은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기자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디 마리아는 맨유에서 11경기에 출전해 3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연계 플레이와 찬스를 만드는 능력은 여전하다. 지난달 30일 프리미어리그 헐시티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이후 재활에 전념했다. 맨유는 디 마리아 부재로 하락세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6연승을 달리며 리그 3위까지 올라섰다. 디 마리아가 21일 열리는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복귀하면 맨유의 연승행진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숯 나르던 꼬마 디 마리아의 인생역전… 아르헨 ‘올해 해외파 선수’로 선정
입력 2014-12-18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