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사서 분신하려는데 말리지 않고 되레 막말… 직원들 수수방관 ‘아찔’

입력 2014-12-18 13:50
검찰 수사결과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검찰청 민원실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으나 근무 중이던 수사관들이 이를 즉각 제지하지 않고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광주지검 순천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쯤 순천지청 민원실에서 하모(46)씨가 휘발유 1.5ℓ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하씨는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꺼내 몸에 불을 붙이려고 했으나 다행히 발화가 안돼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원실의 한 수사관이 하씨에게 “이 XX가 뒈지려면 (검찰청)밖에서 뒈지지. 왜 여기 와서 이러냐. 죽지도 못할 X이”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민원실의 수사관과 검찰 직원들은 20여분 동안 분신소동을 벌인 하씨에 대한 적극적인 제지도 하지 않고 방치해 민원인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인화물질이 민원실로 반입된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어 청사 보안 관리 시스템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씨는 2011년 4월 새벽 2시쯤 구례군 구례읍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음주로 적발된 구례군 직원과 조사를 담당한 경찰과 마찰을 빚어왔다. 당시 하씨는 신고사실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 것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신고자가 하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례군 직원과 담당 경찰관을 각각 공무상기밀누설 및 명예훼손과 공용서류은닉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검찰에서 모두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각하 처분됐다. 하씨는 지난 9월부터 순천지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하씨는 사건 당일 민원실에서 수사기록 일부를 복사해 지청장과 담당검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통상 검찰 민원실은 열린 공간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인화물질 파악 등 보안이 어렵다”면서 “또 당시 수사관이 하씨에게 다소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분신자살 소동을 벌인 하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공무집행방해 및 방화예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