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 “초등생 받아쓰기하듯… 시키는 대로 보고서 썼다”

입력 2014-12-18 01:19

‘땅콩리턴’ 사건 당시 여객기에서 내쫓긴 박창진 사무장이 17일 회사의 사건 은폐 시도와 국토교통부의 부실 조사 의혹을 추가 폭로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직후 대한항공이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다음날인) 6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해 담당 상무로부터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저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가 받았다”고 전했다.

박 사무장은 국토부 조사의 전 과정에 회사가 개입했고, 자신은 회사가 정해준 답변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를 통해 국토부 조사 계획을 통보받았고, 조사 2시간 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답변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은 “처음에 임원진이 먼저 브리핑을 하고 임원이 ‘맞잖아’, ‘이거지?’ 라고 물으면 예, 아니오로 답하는 식의 조사가 이뤄졌다”며 “제가 진술할 때에도 조사실 내부의 모든 얘기가 밖으로 들려 밖에 있던 임원진들은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거짓진술 요구에 대해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회사 간부가 “(국토부는) 검찰도,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말만 믿게 돼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조사를 마친 뒤에도 박 사무장은 밤늦게까지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국토부에서 썼던 사실 관계 확인서를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토부가 대한항공을 통해 (나에게)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고,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작성했다”며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할 때처럼 약 10∼12회 정도 수정했다”고 폭로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