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박관천 정조준

입력 2014-12-17 20:38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을 담은 청와대 문건의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관천 경정을 정조준하고 있다. 문서를 작성했고, 박지만 미행설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16일 박 경정을 긴급체포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씨가 청와대 비서진과 비밀회동을 열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된 상태다.

검찰은 정씨와 박지만 EG 회장간의 권력암투설을 밑그림으로 깔고 있는 이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이어 이번에는 ‘박지만 미행설’을 담은 문건의 진위와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이 문서는 ‘정윤회 문건’과 달리 청와대 보고서 양식을 갖추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모로 ‘정윤회 문건’과 닮은 부분이 많다.

두 문건 모두 청와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등의 감찰 동향을 다뤘던 박 경정이 작성했다. ‘정윤회 문건’에 비밀회동의 장소나 참석자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 것처럼 ‘박지만 미행설 문건’도 등장인물과 이들의 행위가 상세하게 특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량도 A4 용지로 3∼4쪽에 달한다.

‘A가 오토바이를 타고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B가 말하더라’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문건만 보고도 A와 B의 신원이 좁혀질 정도로 등장인물이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회장은 측근인 전모씨를 통해 박 경정이 작성한 ‘미행설 문건’을 접했다. 박 회장은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미행이 진짜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미확인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과 똑같이 검찰의 진위 규명 대상이 됐다는 점도 ‘정윤회 문건’과 유사하다. ‘정윤회 문건’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암시하는 내용이라면 ‘미행설 문건’은 권력암투의 단면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검찰이 정윤회 문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문건 속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을 직접 조사했던 것처럼 미행설 문건 속 인물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문건 속 미행자 1명과 미행설을 증언하고 있는 복수의 인물들이 대상이다.

정윤회 문건이 시중 풍설에서 나온 사실무근의 내용으로 확인된 것처럼, 미행설 문건 역시 신빙성이 다소 의심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검찰은 이런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