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이중섭 '황소' 등 거장전과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시리즈 '오, 홀리 나잇' 소장품전

입력 2014-12-17 17:36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중 '아기 예수의 탄생'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중 '부활'
이중섭 '환희'
이중섭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와 서울미술관 안병광 회장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이 전시된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 명작들을 모아 소장품 전을 열고 있다. 소장품 전 중 하나인 ‘거장’ 전에서는 이중섭 박수근 등 우리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36명의 회화 70여점을 선보인다.

힘센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중섭의 ‘황소’가 집 나갔다가 돌아왔다. 오랜 기간 외부 전시에 빌려줬다가 서울미술관에 걸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또 ‘싸우는 소’ ‘환희’ ‘길’ 등을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 자리를 함께 해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가 지난해 9월 일본 영화제작사의 다큐멘터리 촬영차 이 미술관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안 회장은 당시 ‘환희’라는 작품과 관련해 “일본에서 귀국해 고향 원산에서 결혼 첫날밤을 보낸 후 먼동이 훤하게 뜰 때까지 기쁨에 찬 기분을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떨어져 지내던 부인을 그리워하며 앞장선 수탉과 뒤따르는 암탉의 모습을 담은 듯 사랑이 넘치는 것 같다고 제가 말하자 마사코 여사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더라”고 전했다.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진 박수근의 그림으로 초가집이 배경인 ‘우물가’, 종이에 연필로 그린 ‘젖먹이는 아내’, 화가 특유의 기법을 보여주는 ‘여인과 소녀들’ 등이 전시된다. 자연의 모습을 간결하게 표현한 유영국의 ‘산’, 구성미가 돋보이는 문학진의 ‘소녀와 제금’, 김중현의 ‘소녀’, 박영선의 ‘젖먹이는 여인’ 등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응노 천경자 나혜석 김주경 이인성 장욱진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이대원 고영훈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소장품전의 또 다른 전시인 ‘오, 홀리 나잇!’(O, Holy Night!)에선 운보 김기창이 한국전쟁 중 군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시절 그린 ‘예수의 생애’ 연작 30여점이 또 다시 관람객과 만난다.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등장하고 마구간 등이 배경으로 등장해 한국적 색깔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성탄절을 맞아 인류에 남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다. ‘예수의 생애’ 시리즈는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들을 30점의 화폭에 압축적으로 담은 한국적 성화이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복색을 한 등장인물들과 우리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되어 생생한 현장감이 드는 전통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세계 어느 나라의 성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예수의 일대기는 기독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서도 가치가 높지만, 빠른 운필과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드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회화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예수의 고난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운보는 한국적 성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작품제작에 몰입하여 1년 만에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적 전통 안에서 성서를 해석한 이 연작은 한국전쟁이라는 어두운 시기에 자신의 역경을 이겨내고 작품세계를 펼쳐간 운보의 예술혼을 생생히 보여줌과 동시에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서울미술관은 소장품전을 기념해 12월 27∼28일 오후 3시 제1전시에서 송년콘서트를 열고 부대행사로 내년 1월 3일부터 2월 1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아트&뮤직’ 콘서트도 개최한다. 전시는 내년 2월 15일까지(02-395-01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