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케빈 가세로 블로킹 왕국 재건

입력 2014-12-17 16:43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와 함께 프로배구 흥행을 이끌어온 양대 산맥이었다. 출범 첫 시즌인 2005년 정규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6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을 3차례나 차지하며 명가로 군림했다. 삼성화재와는 6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매번 만나 2차례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기간 현대캐피탈의 힘은 블로킹에 있었다. 삼성화재의 막강 화력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면서 오랫동안 ‘높이의 팀’으로 군림했다. 6시즌 연속 팀 블로킹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0-2011시즌부터 블로킹 위력이 떨어지자 현대캐피탈의 아성도 무너져 내렸다. 방신봉을 앞세운 한전에 2년 연속 블로킹 1위를 내줬고 신흥강호로 떠오른 대한항공에 밀려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2012-2013시즌에는 팀 블로킹 5위로 떨어지며 역시 대한항공에게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내줘야 했다. 지난 시즌 팀 블로킹 2위로 회복하며 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삼성화재에 밀려 준우승에 그쳐야 했다. 올 시즌에는 ‘콜롬비아 특급’ 아가메즈의 무릎부상 여파로 2라운드 중반 3승7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긴급 수혈된 케빈은 프랑스 대표팀 센터로 활약했지만 거포 출신은 아니었다. 전 소속팀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는 라이트로 뛰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209㎝의 케빈이 투입되면서 현대캐피탈의 높이가 살아났다. 케빈이 라이트 공격뿐만 아니라 블로킹에 적극 가담하면서 ‘블로킹의 팀’으로 되살아났다. 케빈이 뛴 5경기에서 센터 최민호는 18개의 블로킹을 추가하며 이 부문 2위로 올라섰다. 블로킹이 되니 수비가 한결 수월해졌고 공격 루트도 분산돼 토종 거포 문성민의 공격성공률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달 27일 케빈의 가세 후 16일까지 팀이 4승1패의 호조를 보이자 각 팀들은 ‘케빈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케빈은 ‘쿠바 3인방’ 레오(삼성화재) 산체스(대한항공) 시몬(OK저축은행)처럼 거포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배구 지능이 높아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서브와 블로킹, 강·연타를 적절히 구사하며 승리를 견인하는 ‘행운의 사나이’로 꼽히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