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대 드라마 4편 “정의가 이겨야 한다” 기자·검사 내세운 미니시리즈 호평

입력 2014-12-17 16:58
언론계와 법조계를 다룬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있는 힐러, 피노키오, 오만과 편견, 펀치(위부터).

“기자들도 그걸 알았어야죠. 사람들이 자기 말을 무조건 믿는다는 걸…. 그래서 자기 말이 다른 사람 말보다 무섭다는 걸 알았어야 합니다. 신중하고 신중했어야죠.”(드라마 ‘피노키오’ 10화 중 신입 기자가 고참 기자에게)

“사십대 아저씨가 여중생을 강간해도 둘이 사랑하는 사이였다면서 무죄 내는 데가 법원인데요 뭐.”(드라마 ‘오만과 편견’ 12회 중 5년차 수사관이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한 법원을 향해)

답답한 세상에 보내는 ‘촌철살인’의 메시지로 무장한 드라마가 잇따라 방송되고 있다. 지상파 3사를 통해 월화·수목 오후 10시대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6편 중 4편이 기자와 검사를 내세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고 썩어빠진 세상을 보다 정의롭게 헤쳐가려는 열혈 캐릭터들의 연기로 호평일색이다. 닮은 듯 다른 이 드라마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하다. ‘정의가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KBS 2TV 월화극 ‘힐러’와 SBS 수목극 ‘피노키오’는 기자들의 직업 세계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힐러’는 스타 방송기자인 김문호(유지태 분)와 인터넷 연예부 기자 채영신(박민영 분)의 취재담을 그린다. 사회 정의, 정치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영신이 진실에 맞닿으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피노키오’에선 ‘마와리(출입처를 돌며 취재하는 일)’나 ‘캡(서울지방경찰청에 출입하는 기자)같은 이른바 업계 용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더러운 2진(수습) 기자실과 경찰서 취재 상황 등을 통해 진실의 최전선에서 그 무게와 가치를 깨달아가는 주인공들의 성장기다.

월·화요일에는 검사들의 치열한 삶과 고민을 다룬 MBC ‘오만과 편견’, SBS ‘펀치’가 동시간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오만과 편견’은 열혈 검사 구동치(최진혁 분)와 수습검사 한열무(백진희 분)가 힘없는 사람들을 지키고 불의를 실체를 고발하기 위해 애쓰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펀치’는 불법과 비리를 서슴지 않으며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이태준(조재현 분)과 시한부 삶을 통보받고 정의롭게 변해가는 검사 박정환(김래원 분)의 이야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의로운 검사의 모습을 보여달라’ ‘속이 시원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월화극 중에는 ‘오만과 편견’이 16일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9.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수목극에서는 ‘피노키오’가 11일 기준 10.7%로 앞서가고 있다. 눈에 띄는 인기작은 없어도 네 작품 모두 ‘웰메이드(Well made)’라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박상원(힐러), 최민수(오만과 편견), 조재현(펀치) 등 묵직한 출연진들의 명품 연기에 몰입도도 높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17일 “‘을의 외침’을 들어줄 수 있는 매개체로 검사와 기자 역할이 쓰인 것”이라며 “젊은 주인공이 충돌을 빚는 모습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투영됐다. 인기 비결은 선악의 대결 중 악의 몰락 과정에서 시청자가 통쾌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