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청와대의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비선실세 국 정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것을 계기로 여당에서조차 박근혜정부의 인사시스템과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말을 아끼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1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빨리 종결돼야 한다. 올해 안에 다 털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데 대한 대처를 하고 넘어가야 된다”고 짧게 언급했다. ‘잘못된 데 대한 대처’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여권발 인적쇄신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심재철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심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 응답이 60%가 넘게 나오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윤회 문건’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국민의 생각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국정동력을 추슬러 올리기 위해선 인사의 혁신, 투명한 통치시스템의 작동,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 그동안 제기된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여 과감한 국정 쇄신으로 새출발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청와대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초·재선 의원들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청와대가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일축해도 비선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고 계속 확대되는 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지지층 이탈 조짐이 보이자 고민이 깊어가는 모습이다. 국정원 정치댓글 사건과 세월호 참사 등으로 집권 초반을 흘려보냈는데 비선 의혹 때문에 중반기도 허송세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개각 등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연일 공세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는 정권 차원의 명운을 걸고 대대적인 국정쇄신과 총체적 국가기강 해이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의원은 “비선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기획]새누리당 내부서도 터져나오는 박 대통령의 불통 불만
입력 2014-12-17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