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실종된 한국인 관광객 시신 2구 발견

필리핀에서 실종된 한국인 관광객 2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산경찰청(청장 권기성)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전담반과 함께 마닐라 외곽의 한 주택에서 김모(실종 당시 50세)씨와 홍모(29)씨의 시신을 발굴했다고 17일 밝혔다.

홍씨 등은 2010년 12월과 2011년 9월 필리핀 여행 중에 실종됐다. 경찰은 비슷한 시기 실종된 장모(31)씨는 숨진 것으로 보이며, 또 다른 실종자 윤모(38)씨의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최모(48·구속)씨가 필리핀에서 범행 당시 일부 공범과 함께 머무르던 곳이다. 최씨는 마당이 있던 곳에 시신을 묻고 그 위에 새로 집을 지어 범행을 은폐해 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비파괴탐측장비를 동원해 시신 암매장 장소를 찾아냈다.

경찰은 최씨가 한국인 공범 5명, 필리핀 현지인 2명 등과 함께 필리핀에서 발생한 19건의 여행객 살인과 납치강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07년 7월 9일 경기도 안양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하고 1억8500만원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이후 최씨는 한모(41·여·구속), 김모(20·구속) 등 공범과 함께 필리핀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납치강도 행각을 벌였다.

인터넷으로 필리핀 여행을 안내하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여행객을 유인해 납치하고 돈을 빼앗거나 가족에게 연락해 송금받는 수법을 썼다. 2008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저지른 범행 11건이 확인됐으며 이번 수사에서 8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전체 피해 금액만 5억2000만원에 달한다.

여행객 납치사건에 연루된 범인 8명 가운데 4명은 국내로 송환돼 수감 중이고, 1명은 필리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공범 1명은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며, 필리핀인 공범 2명은 현지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2012년 11월 필리핀에서 태국으로 달아나려다 여권법 위반으로 붙잡혀 지난해 2월 태국 법원에서 징역 9년 10월을 선고받았다. 태국에서 수감중이던 최씨는 한국과 태국의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지난해 10월 국내로 송환됐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